물어볼게요, 정말로 그 서비스가 필요한가요?


봄입니다. 어떻게 봄이 된 줄 알았냐면, 공유 오피스 복도에 있는 대형 모니터에서 ‘봄맞이 네트워킹 파티’를 모집하고 있어서 알았습니다. 수요일 오후 7시에 핫데스크에서 진행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좀 이상한 일입니다. 나를 포함해서 직장인에게 파티가 정말로 필요한가요? 물론 주말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파티는, 내가 입주해 있는 이 공유오피스에서 제공되는 ‘혜택’ 중 하나라는 게 문제입니다.

이 ‘혜택’은 파티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당구 동호회, 맥주 시음회, 바디프로필 촬영까지 제공하는 피트니스 클래스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9시 출근 5시 칼퇴근이 가능한 뉴욕의 공유오피스 직원이라면 골라먹는 동호회 문화에 푹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악명 높은 헬조선이고, 나는 파김치처럼 지쳐 있는 직장인이라는 게 문제죠.

헬조선에서 가장 존경받는 멘토 백종원 선생께서는 ‘기본기’가 중요하다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겉보기에만 번드르르한 혜택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정말로 생각한 ‘공유오피스의 기본기’는 무엇일까요?

공유오피스의 기본기 1. 가성비


무엇보다도 현명한 소비자인 우리가 무엇보다 1위로 생각해야 하는 건 바로 가성비입니다.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주 사용자 층은 자본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이거나 1인 기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글로벌 브랜드 공유오피스가 중요할까요? 미국 기업과 협력 및 제휴를 생각하는 단계가 아니라면 굳이 글로벌 브랜드를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외 스타트업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교류하고 싶다면, 1년에 한 번 열리는 버닝맨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멋진 인테리어 또한 사무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애플 본사 사옥 수준이 아닌 이상, 업무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의 가구가 갖춰져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 공유오피스를 고를 때에는 딱 이것만 갖추면 됩니다. 사업을 진행할 때 집중할 수 있고, 역세권이면서, 동시에 최소 임대료로 사무실을 얻을 수 있는 곳. 이런 곳을 구했을 때 ‘가성비’ 좋은 곳을 구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공유오피스의 기본기 2. 채광


부디 채광을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특히 사무실에서 오래 일하는 직원들은 햇빛을 받는 것과 받지 못하는 것의 차이를 크게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학적으로도 햇빛은 직장인의 근무 환경에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D의 경우 하루 20분 정도만 햇볕을 쬐어도 필요한 만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루 평균 30분 이상 햇볕을 쬐지 못하면 수면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햇빛은 직장인의 필수 요소에 가깝습니다. 채광 안 좋은 싼 방을 찾다가 사원이 하루하루 의욕을 잃어가거나 심할 경우 퇴사를 고려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지하 월세방, 창문 없는 고시원, 북향 아파트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와 일맥상통합니다. 사무실도 엄연히 사람이 일을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사람을 생각해 설계한 공유오피스를 찾아야 합니다.

공유오피스의 기본기 3. 방음


사무실의 첫 번째 조건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방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강남역의 수많은 공유오피스 중 이 사실을 잊고 있는 곳이 너무 많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공유오피스에서 주로 쓰이는 유리벽은 큰 단점이 있습니다. 당장 옆 사무실에서 떠드는 소리도 막아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소음이 철제 프레임으로 연결된 유리벽을 타고 전달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웅웅대는 소음으로 변해 우리 사무실을 괴롭힐 수 있거든요.

하지만 사실 방음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미국식의 인테리어를 벗어나 벽으로 사무실을 나눈 곳을 찾으면 됩니다. 간단한 방음재만 시공해도 웅웅대는 노이즈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유오피스를 찾을 때, 되도록 벽으로 시공된 곳을 최우선으로 고르세요.

공유오피스의 기본기 4. 매니저


공유오피스의 매니저는 정말 중요합니다. 내가 SOS를 청할 때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하거든요. 우편물을 까먹지 않고 전달해 주어야 하고, 각종 운영 노하우를 익히고 있어야 하고, 약간의 혜택을 재량으로 전해줄 수 있어야 하는 유도리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는 매니저의 특징은, 본인 또한 무척 ‘글로벌’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기는 한국인데, 너무나 미국적인 애티튜드로 일을 한다는 것이죠. 자주 만나며 인사를 나누고 가볍게 챙겨주기는 커녕, 업무시간에 자리로 찾아가도 1/n 확률로 마주치지 못하는 일도 수두룩합니다.